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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보다 교활한 것, '개소리'를 아시나요? (해리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Metanoia0 2025. 10.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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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뉴스'보다 교활한 것, '개소리'를 아시나요? (해리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가짜뉴스'보다 교활한 것, '개소리'를 아시나요?

해리 G. 프랭크퍼트, 《개소리에 대하여》 서평

책과의 인연: 언젠가부터 뉴스를 보거나 SNS를 할 때면 기묘한 피로감에 휩싸였습니다. 누군가의 주장이 명백히 '거짓'은 아닌데, 어딘가 공허하고 가짜(phony)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었습니다. 사실관계를 따지기 이전에, 말하는 사람 자체가 '진실'에는 아무 관심이 없어 보였죠. 이 얇은 책 《개소리에 대하여》는 바로 그 찜찜함의 정체를 철학의 메스로 해부하며 제 머릿속을 명쾌하게 정리해주었습니다.


나의 질문: "왜 사실을 제시해도 대화가 통하지 않을까? 진실을 위협하는 가장 큰 적은 정말 '거짓말'일까?"


한 줄 요약: 진리의 가장 위험한 적은 진리를 부정하는 '거짓말'이 아니라, 진리 자체에 무관심한 채 오직 자신의 목적을 위해 말을 내뱉는 '개소리(bullshit)'이며, 이 개소리가 만연한 시대에 우리는 진실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새로운 지적 무장이 필요하다.


1. '개소리'란 무엇인가: 거짓말과 어떻게 다른가?

프랭크퍼트 교수가 던지는 가장 날카로운 통찰은 바로 '거짓말쟁이'와 '개소리쟁이'의 근본적인 차이에 있습니다. 이 둘을 구분하지 못하면 우리는 엉뚱한 곳에 화력을 낭비하게 됩니다.

간단한 비유를 들어보겠습니다. 시험을 보는 두 학생이 있습니다.

  • 거짓말쟁이: 그는 정답이 무엇인지 압니다. 하지만 점수를 더 잘 받기 위해, 알면서도 틀린 답을 정답인 척 꾸며냅니다. 그는 '정답'이라는 진리의 존재를 인정하고, 그 게임의 규칙 안에서 속임수를 씁니다.
  • 개소리쟁이: 그는 정답이 무엇인지 아예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목표는 시험을 잘 보는 것이 아니라, '나는 뭔가 대단한 생각을 하는 학생'이라는 인상을 감독관에게 주는 것입니다. 그래서 그는 답안지에 정답 대신 현학적인 문구나 멋진 그림을 그려 넣습니다. 그 내용이 맞든 틀리든 상관없습니다.

"거짓말쟁이가 자신에 관해 감추고 있는 것은 그가 우리를 현실에 대한 올바른 이해에서 벗어나게 만들려고 꾀한다는 사실이다. ... 반면에 개소리쟁이가 자신에 관해 숨기는 것은, 자기 말이 맞든 틀리든 그 진릿값은 그에게는 중심 관심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것이 핵심입니다. 거짓말쟁이는 진리에 '저항'하지만, 개소리쟁이는 진리에 '무관심'합니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이라는 권위를 인정하기에 그것을 피하려고 애쓰지만, 개소리쟁이는 진실이라는 권위 자체를 신경 쓰지 않습니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오직 자신의 말이 불러일으킬 '효과'와 '인상'뿐입니다.


2. 진실의 가장 큰 적은 왜 거짓말이 아닐까?

사랑의 반대말이 미움이 아니라 무관심이듯, 진리의 가장 큰 적은 거짓이 아니라 개소리입니다. 왜일까요?

거짓말은 '팩트'라는 명확한 기준으로 반박될 수 있습니다. "당신이 어제 그곳에 있었다는 말은 거짓입니다. 여기 CCTV 영상이 있습니다." 이처럼 진실이 드러나면 거짓말쟁이는 게임에서 패배합니다. 그는 진실이라는 동일한 경기장 위에서 뛰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개소리쟁이는 애초에 그 경기장에 들어온 적이 없습니다. 그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이 밝혀져도 그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습니다. "그건 그런 뜻이 아니었다", "나는 더 큰 그림을 말한 것이다"라며 또 다른 개소리로 응수할 뿐입니다. 팩트 체크는 개소리쟁이에게 아무런 타격을 주지 못합니다.

"개소리쟁이는 진리의 권위에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다. 이 점 때문에, 개소리는 거짓말보다 훨씬 더 큰 진리의 적이다."

제가 가장 섬뜩했던 부분은 이 대목입니다. 개소리에 과도하게 탐닉하다 보면, 사태의 진상에 주의를 기울이는 정상적인 습관 자체가 약화되거나 사라진다는 것입니다. 거짓말은 특정 사실을 왜곡하지만, 개소리는 '사실 자체가 중요하다'는 믿음의 기반을 통째로 무너뜨립니다. 사회 전체가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는 노력 자체를 무의미하게 여기게 만드는 것, 이것이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훨씬 더 위험한 이유입니다.


3. 우리는 왜 '개소리'의 시대에 살게 되었나?

프랭크퍼트 교수는 현대 사회에 개소리가 만연하게 된 두 가지 원인을 지적합니다.

첫째, 자신이 무엇에 대해 말하는지 잘 알지 못하면서도 말해야만 하는 상황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입니다. 민주주의 시민으로서 우리는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등 모든 사안에 대해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압박을 받습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주제에 대해 그럴듯하게 말해야 할 때, 우리는 진실을 말하기보다는 진실처럼 '보이는' 말을 꾸며낼 수밖에 없습니다. 이것이 바로 개소리의 시작입니다.

둘째, 객관적인 실재에 대한 믿음이 약화되었기 때문입니다. "무엇이 진실인지를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식의 회의주의가 널리 퍼지면서, 사람들은 '정확성'을 추구하는 대신 '진정성'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후퇴했습니다. "이게 팩트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내 감정은 진심이야."라는 식의 태도입니다.


4. '진정성'이라는 함정, 혹은 세련된 개소리

이 책에서 가장 도발적인 주장 중 하나는 '진정성(sincerity)'마저도 개소리가 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객관적 사실에 충실하기를 포기하고, 대신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겠다'는 태도는 언뜻 고상해 보입니다. 하지만 저자는 날카롭게 반문합니다.

"다른 어떤 것에 확정성을 부여하는 것은 오류로 드러났다고 가정하면서도, 우리 자신만은 확정적이며... 옳은 기술과 틀린 기술이 모두 가능하다고 상상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 ...우리의 본성은 사실 붙잡기 어려울 정도로 실체가 없다. ...그리고 사실이 이런 한, 진정성 그 자체가 개소리다."

세상의 진실을 아는 것이 어려운 만큼, 나 자신의 진실된 본성을 아는 것 또한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자신에게 진실할 뿐이야"라고 말하는 것은, 객관적 검증이 불가능한 영역으로 도피하여 자신의 주장에 반박 불가능한 권위를 부여하려는 세련된 개소리일 수 있다는 것입니다. '정확성'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고 '진정성'이라는 편리한 방패 뒤에 숨는 태도에 대한 철학자의 서늘한 경고입니다.


5. 핵심 요약: 개소리 시대의 생존을 위한 5가지 통찰

1. 거짓말과 개소리는 다르다

거짓말은 진실을 '숨기는' 행위지만, 개소리는 진실에 '무관심'한 행위다. 둘을 구분하는 것이 모든 분석의 시작이다.

2. 개소리의 본질은 '가짜(Phony)'

개소리는 내용이 거짓이라서 문제가 아니라, 진실을 전달하려는 척하는 그 태도 자체가 가짜이기 때문에 문제다. 실체 없이 겉만 번지르르한 것이다.

3. 진리의 더 큰 적

개소리는 팩트 체크에 타격받지 않으며, 진실과 거짓의 구분 자체를 무의미하게 만든다. 그래서 거짓말보다 더 근본적으로 진리를 위협한다.

4. 모르면 침묵하라

개소리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말해야만 할 때 생산된다. 모든 것에 의견을 가져야 한다는 강박을 버리는 것이 개소리를 줄이는 첫걸음이다.

5. 진정성이 면죄부는 아니다

'진심'이라는 말 뒤에 숨어 사실에 대한 책임을 회피하는 태도 역시 정교한 형태의 개소리일 수 있음을 경계해야 한다.


'개소리 감별사'를 위한 최소한의 행동 지침

  • 1. 화자의 '의도' 살피기: "저 사람은 지금 '진실'을 전달하려 하는가, 아니면 단지 어떤 '인상'을 주려 하는가?" 이 질문을 스스로에게 던져보세요. 내용보다 의도를 먼저 파악하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중요합니다.
  • 2. '뜬구름' 경계하기: 대화나 글에서 구체적인 사실, 데이터, 사례 없이 추상적이고 모호한 말만 반복된다면 일단 경계하세요. "그래서 구체적으로 그게 무슨 뜻이죠?"라고 구체적인 근거를 요구하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 3. 나의 '무지' 인정하기: 모든 것을 알 필요는 없습니다. 잘 모르는 주제에 대해서는 "그 부분은 제가 잘 모릅니다"라고 솔직하게 말하세요. 섣부른 의견을 내놓는 것보다 정직한 침묵이 낫습니다. 이것이 내가 개소리쟁이가 되지 않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 4. '팩트'와 '감상' 구분하기: 누군가의 주장을 들을 때, 어디까지가 검증 가능한 사실이고 어디부터가 개인적인 해석이나 감상인지 구분하려고 노력하세요. 특히 '진정성'을 내세우는 주장에 대해선 더욱 그렇습니다.
  • 5. 다른 관점 의식적으로 찾아보기: 내가 동의하는 정보만 찾고 있다면(확증편향) 개소리에 취약해집니다. 의도적으로 나의 믿음과 반대되는 견해나 데이터를 찾아보고, 내 생각이 얼마나 견고한지 점검하세요.

7. 퀴즈 및 자주 묻는 질문(FAQ)

내용 확인 퀴즈!

Q. 한 정치인이 선거 유세에서 사실 확인이 불분명한 통계를 인용하며 유권자들의 감정을 자극하는 연설을 했습니다. 나중에 통계가 과장된 것으로 밝혀졌지만, 그는 "국민을 위하는 내 마음의 진정성을 봐달라"고 말했습니다. 프랭크퍼트의 관점에서 볼 때, 이 정치인의 행위는 다음 중 무엇에 가장 가깝습니까?

(정답은 c입니다. 통계의 진위 여부보다 유권자의 마음을 움직이는 '효과'에만 집중했고, 비판에 대해 '진정성'을 방패로 삼았다는 점에서 개소리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입니다.)

자주 묻는 질문 (FAQ)

Q: 결론적으로 '개소리'와 '거짓말'의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A: 가장 큰 차이는 '진실에 대한 태도'입니다. 거짓말쟁이는 진실이 무엇인지 알고 있으며, 그것을 의도적으로 숨기려고 합니다. 즉, 진실의 존재와 권위를 인정하는 셈입니다. 반면, 개소리쟁이는 진실이 무엇인지에 전혀 관심이 없습니다. 그의 유일한 관심사는 자신의 말이 듣는 사람에게 어떤 효과를 주어 자신의 목적을 달성하는가 입니다. 말이 사실이든 아니든 상관하지 않는 '진실에 대한 무관심'이 개소리의 핵심입니다.

Q: 왜 '개소리'가 '거짓말'보다 더 위험한가요?

A: 거짓말은 진실이라는 게임의 규칙 안에서 반칙을 하는 행위입니다. 팩트 체크 등을 통해 거짓임이 밝혀지면 패배합니다. 하지만 개소리는 아예 '진실 게임' 자체를 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팩트 체크가 무의미합니다. 개소리쟁이는 자신의 말이 거짓으로 밝혀져도 타격을 받지 않으며, 말을 바꾸거나 다른 개소리를 하면 그만입니다. 이런 태도가 만연하면 사회 전체가 점차 진실과 거짓을 구분하려는 노력 자체를 포기하게 만들며, 진실의 가치를 근본적으로 훼손하기 때문에 더 위험합니다.

Q: 일상에서 '개소리'를 어떻게 구별할 수 있나요?

A: 몇 가지 징후가 있습니다. 첫째, 구체적인 내용 없이 추상적이고 화려한 말만 늘어놓는 경우(뜬구름 잡는 소리). 둘째, 질문에 직접 답하지 않고 교묘하게 화제를 돌리거나 동문서답하는 경우. 셋째,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대지 못하거나, 근거를 물으면 오히려 상대를 공격하는 경우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저 사람이 정말 진실을 말하려 하는가, 아니면 단지 어떤 인상을 주거나 효과를 내려 하는가?'라는 화자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노력을 하는 것입니다.

본 포스팅은 해리 G. 프랭크퍼트 저, 《개소리에 대하여》를 읽고 개인적인 경험과 해석을 더해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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