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력할수록 과녁에서 벗어날까? 오이겐 헤리갤 <마음을 쏘다-활> 리뷰
책과의 인연
대학 시절, 프레젠테이션 경진대회에 나간 적이 있습니다. 1등을 하고 싶다는 마음에 밤을 새워가며 대본을 외우고, 제스처 하나하나를 거울 앞에서 연습했습니다. 하지만 무대에 오른 순간, 저는 '연습한 대로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사로잡혔습니다. 결과는 엉망이었습니다. 목소리는 떨렸고, 외웠던 대본은 뒤죽박죽이 되었죠.
나의 질문
저는 그때의 좌절감을 잊을 수 없습니다. "왜 그렇게 필사적으로 노력했는데, 결과는 더 나빠졌을까?" 이 질문은 오랫동안 저를 따라다녔습니다. 그러다 만난 책이 바로 오이겐 헤리갤의 <마음을 쏘다-활>입니다. 독일인 철학 교수가 일본에서 '활쏘기(궁도)'를 배우는 이 이야기는, 저의 오랜 질문에 대한 답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 책의 한 줄 요약
이 책은 진정한 명인의 경지란 기술(Technik)을 쌓는 것이 아니라, '나'라는 의식을 비워내어 '그것'이 스스로 행하게 하는 '기예 없는 기예'임을 깨달아가는 여정입니다.

첫 번째 화살: 나는 '한다'고 생각하지만, 선(禪)은 '된다'고 말한다
저자 오이겐 헤리갤은 서양인의 합리적인 이성으로 활쏘기에 접근합니다. '어떻게' 쏘는지, '왜' 안 맞는지 분석하고, 근육을 단련하며 기술을 연마하려 하죠. 하지만 그의 스승은 끊임없이 "근육을 쓰지 말라", "생각하지 말라"고 말합니다.
이것이 이 책의 첫 번째 역설입니다. 우리는 무엇이든 '배워서''잘하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스승은 "기술적인 지식의 습득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말합니다. 진정한 기예는 "무의식의 상태에서 자라나는 '무능의 기예(Nichtgekonnten Kunst)'"가 되어야 한다고 하죠.
"선은... '일상적 의식'이다. 이 '일상적 의식'은 '피곤하면 잠자고, 배고프면 먹는 것' 이외의 다른 것이 아니다. 반성하고 숙고하고 개념을 만들어내는 순간, 원초적인 무의식의 상태는 사라지고 생각이 떠오른다. 그러면 먹으면서도 먹는 것이 아니고, 잠자면서도 잠자는 것이 아니게 된다."
제 프레젠테이션 실패담이 떠올랐습니다. 저는 '말하는 것'에 집중한 게 아니라 '잘 말하는 나'를 의식하고 있었습니다. '배고프면 먹는다'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이걸 먹으면 살이 찔까?', '지금 먹는 게 맞나?'라고 '생각'하는 순간, 우리는 '일상적 의식'에서 벗어납니다. 스승은 헤리갤에게 활을 '쏘려' 하지 말고, 그저 '활쏘는 상태' 그 자체가 되라고 요구한 것입니다.
두 번째 화살: 모든 것의 시작, '올바른 호흡법'
그렇다면 '나'를 비우는 연습은 어떻게 시작할까요? 스승은 '호흡법'이라는 지극히 실질적인 방법을 제시합니다.
"그게 안 되는 이유는 숨을 바르게 쉬지 않기 때문입니다. ... 호흡을 통해서 모든 정신적 힘의 원천을 발견할 뿐 아니라 긴장을 풀수록 이 샘물이 점점 더 풍부하게 흐르면서... 사지로 흘러드는 상태에 이를 것입니다."
이 대목에서 스승이 얼마나 뛰어난 교육자인지 알 수 있습니다. 그는 처음부터 "좌절을 겪어야" 구명 튜브(호흡법)를 움켜쥘 준비가 된다고 말합니다. 헤리갤이 자신의 이성과 기술로 한계에 부딪히기를 기다려준 것이죠.
저도 이 호흡법을 따라 해봤습니다. 숨을 들이마시고, 배에 힘을 주어 누른 뒤, 천천히 내쉬는 것. 스승의 말처럼 "오직 숨 쉬기에만 정신을 집중"(당신이 애를 쓴다는 사실...이 바로 문제입니다)하려 했습니다. 단 1분도 쉽지 않았습니다. 온갖 잡념이 끼어들었죠.
하지만 꾸준히 연습하자 "호흡에 몰입하면 할수록 외부의 자극은 점점 퇴색"되는 경험을 했습니다. 호흡은 '생각하는 나'를 '존재하는 나'로 되돌리는 닻과 같았습니다. 스승은 이 호흡의 리듬 속에 활쏘기의 모든 단계(활 잡기, 당기기, 쏘기)를 녹여내도록 합니다. 행위를 '의지'가 아닌 '호흡'에 맡기는 것입니다.
세 번째 화살: "내가 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이 쏩니다."
이 책의 가장 유명하고도 난해한 부분입니다. 헤리갤은 활을 최대로 당긴 상태에서 '언제' 쏘아야 할지, 즉 '발사의 순간'을 스스로 결정하려 합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화살은 빗나가고 스승에게 꾸지람을 듣습니다.
"해야 할 것에 대해 생각하지 마십시오. 어떻게 하면 될지를 궁리하지 마십시오. ... 오른손을 의도적으로 열어서는 안 됩니다!"
스승은 "잘 익은 밤송이 껍질처럼 저절로 벌어지"거나, "어른이 내민 손가락을 꽉 쥔 어린아이"처럼 '생각 없이' 손을 놓아야 한다고 비유합니다. 아이는 '이제 손을 놓아야지'라고 의도하지 않습니다. 그저 관심이 다른 곳으로 옮겨갈 뿐이죠. 헤리갤이 "만일 '내'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도대체 어떻게 발사가 이루어질 수 있습니까?"라고 절규하듯 묻자, 스승은 대답합니다.
"'그것'이 발사합니다."
이 '그것'이 바로 이 책의 핵심입니다. '그것'은 나의 의식, 자아, 에고가 아닙니다. 그것은 호흡과 하나가 된 무의식, '일상적 의식', 우주와 연결된 근원적인 힘입니다. 내가 쏘는 것이 아니라, 내가 완벽한 긴장과 기다림 속에 머무를 때 '그것'이 나를 통해 쏘는 것입니다. 사수는 그저 '그것'이 일어나는 통로가 될 뿐입니다.
네 번째 화살: 대나무 잎에 쌓인 눈처럼
헤리갤은 여전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합니다. '그것'이 쏘도록 하려면 어떻게 '기다려야' 할까요? 스승은 또 한 번 아름다운 비유를 듭니다.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통의 대나무 잎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눈이 쌓이면 대나무 잎은 점점 더 고개를 숙이게 되지요. 그러다가 일순간 대나무 잎이 전혀 흔들리지 않는데도 눈이 미끄러져 떨어집니다. 이와 같이 발사가 저절로 이루어질 때까지 최대로 활을 당긴 상태에 머물러 있으세요."
이 비유는 '진정한 기다림'이 무엇인지 보여줍니다. 대나무 잎은 '이제 눈을 떨어뜨려야지!'라고 결심하지 않습니다. 그저 눈의 무게를 견디며 '최대로 숙인 상태'에 머무를 뿐입니다. 바로 그 정점의 순간, 의도 없이 눈은 미끄러져 내립니다.
우리의 삶도 마찬가지입니다. 저는 늘 '결정적인 순간'을 만들려고 애썼습니다. 하지만 이 책은 반대로 말합니다. '최대로 활을 당긴 상태', 즉 내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한 후에는, '묵묵히 참고 기다리라'고 말입니다. 결과에 대한 조바심, 성공이냐 실패냐를 따지는 '나'를 버리고 '그것'이 일어나도록 자리를 내어주어야 합니다.
마침내 헤리갤이 자신도 모르게 '그것'이 쏘는 화살을 쏘았을 때, 스승은 칭찬 대신 "당신은 자기도 모른 채 그렇게 쏘았기 때문"이라며,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합니다. 결과에 기뻐하는 마음조차 '자아'의 개입이기 때문입니다. "잘됐어도 기뻐하지 않는 법을 배워야" 한다는 스승의 말은,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 자체를 넘어서라는 '위대한 가르침'입니다.
다섯 번째 화살: 진짜 과녁은 종이 뒤의 '부처'
헤리갤이 마침내 기술적으로 완벽한 사수가 되어 어둠 속에서도 과녁을 맞히게 되자, 스승은 마지막 가르침을 줍니다. 진짜 활쏘기는 과녁을 맞히는 게임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 기교적 사수 (일반인) | '위대한 가르침'의 사수 (명인) | |
|---|---|---|
| 목표 | 백발백중 표적을 맞히는 것 | 사수 자신이 과녁이 되는 것 |
| 표적 | 꿰뚫어야 할 불쌍한 종잇장 | 기술로는 겨냥할 수 없는 표적, '부처' |
| 의미 | 남에게 과시하는 기교 | 사수와 과녁이 하나가 되는 현실 |
"활쏘기의 '위대한 가르침'은... 기술적으로는 결코 겨냥할 수 없는 표적에 대해서만 알 뿐입니다. 그 표적에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부처'라고나 할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활쏘기가 완벽한 '마음 수련'의 도구임을 깨달았습니다. 우리가 맞혀야 할 과녁은 밖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내 안에 있습니다. 스승이 말한 '부처'란, '일상적 의식'으로 돌아간 나의 본래 마음, '그것'과 하나가 된 상태를 의미합니다.
거미가 거미줄을 칠 때 파리를 의식하지 않고, 파리가 거미줄에 걸릴 때 거미를 의식하지 않듯이, 그저 "내면과 외면이 통일되어 하나"가 되는 춤. 그 춤 속에서 사수는 "자기 자신조차 의식하지 않"고, "사수이자 과녁"이 됩니다. 이것이 바로 '기예 없는 기예'의 경지입니다.
핵심 요약: 당신이 기억해야 할 5가지 통찰
1. '기예'가 아닌 '기예 없음'
진정한 경지는 기술을 완벽하게 익히는 것이 아니라, 기술을 잊고 '나'라는 의식조차 잊어버린 무의식의 상태('무능의 기예')입니다.
2. '일상적 의식'으로 돌아가라
선(禪)은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배고프면 먹고 피곤하면 자는' 단순함입니다. '생각'이 끼어드는 순간, 우리는 본질에서 멀어집니다.
3. 호흡은 '나'를 비우는 닻
기술을 연마하기 전에 호흡을 다스려야 합니다. 올바른 호흡은 생각을 멈추고 '존재'의 상태로 돌아가게 하는 가장 강력한 도구입니다.
4. '나'를 버리면 '그것'이 쏜다
성공과 실패를 걱정하는 '나(자아)'를 비워야 합니다. '그것'(무의식, 본질)이 나를 통해 스스로 행하도록, 나는 그저 통로가 되어야 합니다.
5. 진짜 과녁은 '내 안'에 있다
외부의 과녁(성공, 인정)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진짜 과녁은 내면과 외면이 하나가 되는 '통일된 상태'(부처) 그 자체입니다.
🧠 깜짝 퀴즈: 나는 얼마나 이해했을까?
Q1. 스승이 '진정한 기다림'을 비유한 자연물은 무엇일까요?
Q2. 헤리갤이 "내가 쏘지 않으면 무엇이 쏩니까?"라고 물었을 때, 스승은 무엇이 쏜다고 대답했나요? (힌트: ㄱㄱ)
(댓글로 정답을 남겨주세요!)
<마음을 쏘다-활> Q&A
Q: 이 책은 활쏘기에 대한 책인가요? 활쏘기에 관심이 없어도 읽을 만한가요?
A: 이 책은 활쏘기 기술을 가르치는 책이 전혀 아닙니다. 활쏘기(궁도)는 '선(Zen)'이라는 철학을 배우기 위한 '도구'일 뿐입니다. 만약 슬럼프에 빠졌거나, '노력의 배신'을 느꼈거나, '나'를 비우고 마음의 평화를 얻는 법에 관심이 있다면 활쏘기를 전혀 몰라도 그 어떤 책보다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습니다.
Q: '그것이 쏜다'는 말이 너무 추상적이에요. '그것'이 도대체 뭔가요?
A: '그것'은 우리가 '나'라고 부르는 '의식적인 자아(에고)'와 반대되는 개념입니다. '무의식', '본성', '참나', 또는 스포츠 선수들이 말하는 '존(Zone) 상태'와 비슷합니다. '내가 한다'는 생각을 버리고 행위 자체에 완전히 몰입했을 때, 나를 통해 발현되는 더 큰 힘이나 자연스러운 흐름이라고 이해하시면 좋습니다.
Q: 이 책의 가르침을 일상에서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요?
A: 이 글의 마지막 '실천 가이드' 섹션을 참고해보세요. 거창한 것이 아닙니다. 설거지를 할 때, '설거지'라는 행위 자체에만 집중해보는 것입니다. '잘 닦아야지', '언제 끝나나'라는 생각을 버리고, 물의 감촉, 그릇의 소리에만 집중하는 것이죠. 그것이 바로 '일상적 의식'을 회복하는 '기예 없는 기예'의 첫걸음입니다.
일상의 도장(道場): '기예 없는 기예' 연습하기
'나'를 비우고 '그것'이 행하게 하는 구체적인 일상 연습 계획입니다.
🎯 목표: '잘하려는 나(자아)'의 개입을 줄이고, '행위 자체(일상적 의식)'와 하나 되기
1. [핵심 영역] '의식적 호흡' 5분: 생각의 닻 내리기
아침에 일어나거나 잠들기 전 5분, 스승의 호흡법(들이마시고, 누르고, 천천히 내쉬기)을 연습합니다. 생각이 떠오르면 '생각이 났구나' 알아차리고, 비난 없이 다시 호흡으로 돌아옵니다. 목적은 '생각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호흡에 집중하는 것'입니다.
2. [핵심 영역] '어린아이'처럼 행하기: 일상 속 무아(無我) 연습
하루에 한 가지 단순 반복 작업을 정합니다. (예: 설거지하기, 방 청소하기, 걷기, 양치질하기) '잘해야지', '빨리 끝내야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스승이 말한 '어린아이의 손'처럼 그냥 '합니다'. 물의 감촉, 발바닥의 느낌 등 감각 자체에만 머물러 봅니다.
3. [핵심 영역] '진정한 기다림' 연습: 정점의 순간 받아들이기
무언가를 기다릴 때(신호등, 엘리베이터, 버스) 스마트폰을 보지 않습니다. 그 대신, '대나무 잎'이 되었다고 상상합니다. 조바심 내는 '나'를 관찰하며, 그저 '기다리는 상태' 그 자체에 머무르는 연습을 합니다.
길의 끝에서, 다시 초심자가 되다
수년을 연마한 헤리갤은 마침내 '기예 없는 기예'의 명인이 됩니다. 하지만 이 길의 끝은 완성이 아니었습니다.
"스승은 다시 제자가 되고, 명인이 초심자가 되며, 끝이 시작이 되고, 또 시작이 완성이 된다."
그는 활쏘기를 통해 자신을 완전히 비워내는 법을 배웠고, 그 결과 "이전과는 다른 사람으로 변화되었습니다." 스승이 경고했듯이, 이 기예를 접한 사람은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일 것이고, 다른 기준으로 사물을 이해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제가 프레젠테이션에서 실패했던 이유는 '나'를 과녁보다 더 중요하게 여겼기 때문입니다. <마음을 쏘다-활>은 제게 '나'를 내려놓으라고 말합니다. 내가 잘하려는 마음, 실패를 두려워하는 마음을 비우고, 그저 호흡과 함께 행위 그 자체가 될 때, 화살은 '그것'이 쏘아 올리고 청중은 '그것'이 감동시킬 것입니다.
이 책은 활쏘기에 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이것은 '나'라는 가장 다루기 힘든 활을 당겨, '삶'이라는 과녁을 마주하는 우리 모두의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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